
뭐 하나 제대로 전공한 것 없이 이것 저것 다 건드려온 잡식성 덕후의 눈으로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스는 단연 가면라이더다. 일단 우주인인 프론의 디자인부터가 타케야 타카유키 & 안도 켄지 감수라고 스텝롤에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곤충류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생물적인 에너지가 넘쳤고, 비커스는 어떤 사건에 의해서 한쪽 팔이 곤충의 그것과 비슷하게 변하며 인체실험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최종적으로는 온몸이 프론과 똑같아진다. 이걸 보고 가면라이더를 떠올리지 않을 특덕후가 있겠는가. 물론 라이더는 인간과 벌레 사이를 넘나들지만 정확히는 둘 중 어떤 것도 아닌 잡종에 가까운 존재이고, 이 영화의 비커스는 최종적으로 인간을 벗어나 순도 100%의 벌레가 되어버리는 꼴이니 차이가 좀 있지만 말이다.
인종차별의 희생자였던 흑인이 마찬가지로 다른 인종인 프론을 차별한다거나 주인공 비커스가 강제이주 싸인 받을 때 보여주는 공무원 특유의 자세는 다른 분들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해 주셨으니 넘어가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칭찬하고 싶은 건 액션 블록버스터라면 꼭 들어가곤 하는 요소들을 빼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생각할 거리도 많고, 망상의 씨앗도 잔뜩 뿌려놓았을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총부림, 칼부림, 미사일부림, 맨몸액션, 탈것액션에 심지어는 거대로봇까지 동원하면서도 단순히 화면을 킬링필드 일변도로 채운 게 아니라 격조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얼핏 봐도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었다. 감상 중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건담에 처음 탑승한 비커스가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동료를 내팽개치고는 용병놈에게 욕을 먹으면서 도망갈 때. 이때 속으로 "야, 이 병X아!! 네가 건담을 제일 잘 조종할 수 있다고!!!" 하고 얼마나 낄낄대며 외쳐댔는지 모른다.
후속작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영화이지만 막상 속편이 궁금해질만한 떡밥은 잔뜩 뿌려놨는데, 3년 뒤에 100% 프론이 되어 살고 있던 비커스가 크리스토퍼와 재회를 했더니 얘가 여자여서 깜짝 놀란다거나 (자막에서는 '아빠' 라 표기되었지만 외계인은 자웅동체고 필요할 때마다 성별전환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풀어내면 되니까) 처음에는 사탕 아저씨였다가 어느새 삼촌이 되었던 꼬마 외계인와의 위험한 관계 - 3년 후에 만나보니 외계인 기준의 나이스바디 미녀가 되어서 조카의 유혹을 촬영한다거나 하는 전개 - 가 나오기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피터 잭슨이 약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이루어 질 리가 없을 테고, 아마 비커스가 어떻게든 몸을 고치는 전개가 가장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몸을 고친 비커스가 프론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장인 장모를 비롯한 온갖 꽃같은 인간말종들에게 복수를 가한다던가, 치료 과정에서 인간과 프론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어 진짜 가면라이더 비커스가 된다던가, 아예 외계인 본성의 하이퍼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인간을 몰아내고 신세계의 신이 된다던가 해도 좋겠지.
유일한 취급 주의사항으로, 사람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쪼개고 토막내고 짓이기고 썰어버리는 장면이 화면에 가득하기에 람보 라스트 블러드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는 관객이어야 영화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당부해두고 싶다. 단순히 뼈와 살을 분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사람이 풍선처럼 터져 죽는 그런 연출도 나오니까 고어의 ㄱ자만 봐도 쏠린다는 분은 관람을 삼가하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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